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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릴까봐 써두는 2023 jtbc 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 후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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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릴까봐 써두는 2023 jtbc 마라톤 첫 풀코스 완주 후기

ally10 2023. 11. 6. 09:39


어제는 나름 그래도 괜찮았는데 자고 일어나니 얼굴 아래로 전신 근육통이 왔다 ㅋㅋㅋㅋ 연차쓰길 잘했다.
침대에 누워서 어제 첫 풀 마라톤을 회고해보기!

동거인이랑 근처 호텔에 숙소를 잡아두고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근처에 먹을게 마땅치않아서 마마스 샌드위치로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포장해왔다.
또 집관련 골치아픈 문제가 발생해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라서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비소식에 좀 걱정이 됐지만, 알파2로 20키로 폭우런을 한적이 있어서 별일 있겠나 싶었다.

9시에 누워서 자려고하는데 옆에서 동거인이 일본여행 계획짜는걸 자꾸 카톡을 보내서 ㅋㅋㅋㅋㅋㅋ 카톡좀 보내지말라고 뭐라 하고 잠들었다. 한 10시 반쯤 잤으려나? 생각보다 잘잤다. 그리고 4시15분 기상!

아침에 포장해둔 샌드위치와 커피 쪼옵 빨고 우비까지 입고 출발! 출발할땐 비가 안왔는데 갑자기 잠시 쏟아져서 신발이 달려보기도 전에 다 젖었다.

대회장에 도착해서도 거의 계속 비가 내렸는데, 짐 맡기고 크루원들과 접선했다. 풀 뛰시는 분들도 몇분 계셔서 얘기 나누고 젤 먹고 가볍게 조깅하면서 출발지로 가려는데 아 약간 화장실이 찝찝해서 마지막에 급하게 화장실 찾아서 해결하고 왔다 ㅋㅋㅋㅋ 안갔으면 뛰는 내내 불편했거나 화장실 한번 갔을것 같다.

D조 출발 라인에서 수많은 인파속에서 홀로 두근두근하면서 대기했다. 앞조가 다 출발하고 D조는 약 20분후 출발!

초반 병목현상이 엄청 심할거란 글을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뚫는건 어렵지 않았다. 내내 주로에 인구밀도가 일정하게 어느정도 유지되었던거 같아서, 생각보다 쉽게 뚫고 나올 수 있었다.


다만 내 고질적인 버릇인 대회날 초반 오버페이스가 좀 걱정됐던게, 계속 속으로 침착해 제발 천천히뛰어 다리야... 하면서 자기암시를 걸어도 계속 5분 초반대 페이스가 떠버리는 것이었다. 목표는 5분 20-30초대로 초반에 미는거였는데, 아무리해도 5분 20초에서 초과되지 않았다. 아 이러면 뒤로가면 백프로 퍼질거같은데.... 하프pb가 5분 6초대여서 심히 걱정되었는데, 10키로째에서 젤과 물을 먹으면서 계속 신경쓰면서 스트레스 받을바에 그냥 밀수 있을때까지 밀어보자! 라고 생각을 바꿨다.



10키로 넘어가서부터는 계속해서 비가 상당히 많이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을 바꿔서 그런가 ㅋㅋㅋ 너무 상쾌하게 잘뛰어졌다. 15-20쯤에 긴 오르막 구간 한번을 제외하고는 선방했다. 마의 30이후가 있다는걸 알지만 너무 가뿐라게 뛰어서 이때 하프에서 1시간 48초가 뜨길래 어..? 나 340 깨는거 아냐..? 라는 오만한 생각도 했더랬다 ㅋㅋ


왜나하면 30까지도 무난하게 잘 밀었으므로... 잔잔바리 오르막들이 나를 좀 힘들게했지만 이정도는 크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35쯤부터 슬 신호가 오기 시작하더니.... 급격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정말 남은 한방울 쥐어짜봐도 520 밑으로 내리기가 쉽지 않았고, 물을 오랫동안 먹어서 퉁퉁 불어버린 발때문에 신발도 너무 타이트해져서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훈련도 35까지만 해봤기때문에 그 이후는 미지의 영역이기도 했다. 이때부터는 정말 가민 시계가 야속할정도로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ㅠㅠ 500미터 뛰었나? 싶으면 200미터 가있고 1키로 알람이 7번 더 울려야된다는게 정말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마라톤 준비하는 사람이면 솔직히 7k는 전혀 부담스러울게 없는 거리인데도 100..200..300...1k 이렇게 쌓아나가는게 정말 쉽지 않았다. 그래서 35이후부터는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난다. ㅋㅋㅋㅋ

37이쯤부터는 벅차올라서가 아니라 진짜 너무 힘들어서 자꾸 울컥했고, 마지막에 수서 반환점으로 가는데 반대편에서 내려오고 있는 사람들을 볼땐 진짜 눈물이 났다. 저길 올라가라고..? 이제와서 또..?

그 절망이 마지막 40키로 547페이스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ㅋㅋㅋㅋㅋ 530 밑으론 정말 떨어지지 말자라고 되뇌이고 있었는데 여긴 정말 불가항력이었다. 너무너무 걷고싶었는데, 서브4 목표보다 우선시했던게 절대 걷지말자였기때문에 이건 정말 그와중에 지키려고 했다. 그치만 걷지않는게 용할정도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고 예비용으로 남겨둔 에너지젤을 먹어도 힘이 나지 않았다.

이때쯤에 모르시는분들이 이름 불러가면서 응원해줬는데, 이런것들이 큰 힘이 됐다.ㅠㅠ 안그래도 같이 간 동거인이나 크루원분들을 한명도 못만나서 후반부 응원버프를 전혀 못먹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__)


그리고 피니쉬 지점을 가기 위해서 좌회전을 했을때는 진짜 끝이 보여서 질주할 수 있었다. 이때 질주할수 있었던거 보면 진짜 다 쥐어짜낸게 아니였나...? 힘이 남아있었나?ㅠ 후반부 정신력이 약했던걸까..? 싶기도 하다 ㅋㅋㅋ


수중런 + 아는사람 주로에서 한번도 못봐서 응원버프도 못먹음.. 악조건이 있었지만 초반에 페이스 안늦춰진다고 스트레스 받지말고 밀자! 라는 전략이 통했는지 생각치도 못한 너무 좋은 기록을 받았다.

첫번째 목표는 걷지않기, 두번째는 소소하게 바래본다면 서브4, 조금더 욕심부리면 355 정도였는데 생각보다 잘나와서 너무 뿌듯하다ㅎㅎ 후반부엔 아 진짜 딱 그만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또 미화돼서 또 풀코스를 뛰겠지..? ㅋㅋㅋㅋㅋ

크루 회장님이 뒷풀이를 하면서 나한테 실력도 있지만, 운도 좋았다. 라고 했는데 이 말이 정말 와닿았던게 누구나 온다는 경련, 쥐같은건 레이스 내내 없었고(물론 다리가 너무 무겁긴 했지만) 병목현상도 크게 느끼지 못했고, 초반에 밀어둔 전략도 잘 통했다.

후반부에 퍼졌던거 보면 확실히 훈련 마일리지가 부족했던거 같긴 하다. 같이 풀 뛰신 크루원 한 분은 9월쯤부터 마일리지를 200~300 대를 유지하셨는데 무난하게 레이스 운영을 하셨다고 한다. 다음 풀에서는 훈련 마일리지도 욕심내서 더 많이 뛰어야지!

그리고 주로에서, 그리고 완주하고나서도 느낀거지만 풀코스 완주자들에게는 기록 상관없이 정말 무한 리스펙트를 보내고싶다. 달리는 내내 아 딱 그만뛰고싶다. 다리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기때문에 그 고통과 악조건 속이서도 뛰든 걷든 다리를 멈추지 않고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 모든 마라토너들은 정말 너무 멋진거같다.


씻고 너무 배고파서 아무데나 들어가서 먹은 밥은 진짜 꿀맛이었다. 최근 몇년간 먹은 밥중에 제일 맛있음.

이제 11월 12월은 회복하고 찐!!!!! 펀런만 하다가 내년에는 풀코스는 잠시 쉬고 트랜스제주 50k를 도전해보고자 한다ㅎㅎㅎ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내후년 동마 풀코스까지 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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